박준성/박준성WITH

[ 박준성 X 스가츠케마사노부 편집장 ]

2017. 8. 31. 22:07

 

우주선 지구호! 그 항로는 어디로.... !


두 거대한 배 (미국, 중국)가 항로를 틀고 있다. 그 목적 항구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항구다.

[스가츠케 마사노부] (주)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 대표, 편집자, 타마미술대학 강사, 편집스파르타숙장



성장률 0인 '정상형 사회'로... 

박준성 : 대화 중, 우리 사회가 '정상형 사회'로 간다는 지적이 참신했습니다. 정상형 사회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업이 발생

2) 실업을 소멸시키기 위해 경제 규모를 확대(경제성장)함

3) 경제성장을 시키기 위해 수요를 확대해야 함

4)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사업을 벌임

5) 경제성장의 실현으로 실업은 소멸

6) 노동생산성(생산물/한 사람이 일정시간당 행한 노동)이 향상됨

7) 같은 시간 일해도 이전보다 많은 생산물이 발생

8) 노동력이 다시 남아돌게 됨

9) 다시 실업이 발생

이 사이클을 그림으로 그리면 아래처럼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성장과 노동생산성 상승이라는 무한 사이클'이 소설처럼 지속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요는 포화상태에 다다라 케인즈 경제학적 시스템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실업률 컨트롤은 현재 사회시스템상 정성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닐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히로이 요시노리 쿄토대학 교수의 '정상형 사회'입니다. 근본적으로 실업을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가? 실업률 제로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애당초 불가능이며 제로성장사회야 말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래 사회는 성장률 0인 수치로, 그럼 혁신 수치는? 

박준성 : (주)테헤란 조선소를 이끌고 있는 박준성입니다. 미래 조선(배를 만드는 행위)의 형태도 스가츠케 대표님의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형 사회, 즉 성장률 0인 사회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이미 경제성장률은 0에 수렴하고 있으며, 은행 금리는 0를 넘어 마이너스로 가고 있습니다. 스가츠케 편집장님께서는 미싱을 하나의 혁신 도구의 예로 들었습니다. 그것이 현재 3D프린터로 옮겨와 개개인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시대로 변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싱으로 모든 옷을 만들 수 있는 지금, 개개인이 자기 옷을 미싱으로 만들지 않으며 대량생산된 싼 옷을 사고 입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국 각지에 팹랩(FABLAB/3D프린터공방)이 설치되어있지만 개개인이 3D프린터로 디자인하여 그것을 출력해 이용하는 숫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편집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정상값은 어느 숫자로 수렴할 것이라 보시는 가요?


(정상값 : 3D프린터로 개개인이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생산한다든지 미싱으로 옷을 직접 짜입는 인구와 같은 혁신적 인구의 비율)


스가츠케 :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말씀하신데로 우리는 각 가정에서 미싱으로 옷을 직접 짜서 입거나 하지는 않아요. 3D프린터도 미싱과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소비하지 않는 현상', '패션이나 고급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현상'은 확실히 일어나고 있어요. 그 대신 과도한 소비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화'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모델들이 화려하고 비싼 럭셔리 옷을 입고 구매를 재촉하는 패션잡지가 도퇴되고 KINFOLK라는 라이프스타일 잡지가 성장했습니다. 또 중국은 LOHAS라는 세계최대 에코매거진(60만부)이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인구의 3~4%(4200만~5200만명)가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오가닉, 에코)을 지향하는 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점유율은 작지만 인구수가 많은 중국으로 보자면 정말 큰 시장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설립한 (주)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 근처 후타고타마가와에 가면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해져 관광지로 꼭 들르는 '츠타야'라든지 ZARA HOME같은 라이프스타일샾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임대주택거주자 중 쉐어하우스 경험자 비율을 보면 일본 동경의 경우 무려 10%나 됩니다. 결국 어떤 혁신 모델이 작게 3~4%로 시작해서 그 혁신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야, 그거 정말 멋져! 쿨하네!"라며 그 정신이 널리 퍼지게 되면 10%~20%로 시장은 확장됩니다. 모든 것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화로 정착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건축 & 조선은 어떻게? 

건축사무소 디자이너 : 다운 시프트라는 조류 속에서 앞으로 우리 건축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그 힌트가 될 아이디어를 여쭤봐도 될까요?

(다운 시프트 : 과도한 소비에서 탈출해, 근본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 / 줄리엣 B. 쇼어)


 스가츠케 :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이토 토요'건축사무소에서 올 6월에 했던 강연을 예로 들죠. 당연히 건축이란 사물, 아주 거대한 사물을 만드는 일이죠. 그러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지금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했습니다. 따라서 20세기 연장선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사고라 생각해요. 즉, 건축이란 다음에 일어날 일을 사람들에게 예견시킬 수 있는 사물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어떤 곳에 살기를 원하며 어느 공간에 있으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20세기 자본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된다는 강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가 명확한 건축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러나 일련의 아이디어는 제 저서나 강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앞으로는 더 이상 건축이라는 행위가 지금처럼 남에게 우쭐대기 위한 대체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쉐어하우스, 쉐어오피스가 굉장히 일반화되었는데요, 따라서 자기 집, 자기 사무실, 자기 책상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모두 공유함으로서 즐거워진다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공유함으로서 즐거워지는 공간'을 얼마나 창조해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건축에 있어 큰 테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준성의 결언 : '라이프스타일화'로 내딛는 국제사회! 치장은 걷어치우고 쉽게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서민사회가 아닌가! 화려하고 넓은 집과 럭셔리한 자동차, 명품 패션 브랜드를 향한 열망이 이제는 맞벌이를 해도 소형 자가용, 단촐한 마이홈 조차 소유, 유지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가 되었다. 쉐어하우스, 쉐어링카는 멋지고 새로운 비지니스모델 용어 같지만, 달리 표현하면 홈리스, BMW, 뚜벅이로 인포멀하게 회자된다. 부를 가지고도 환경을 위한 아름다운 자기 선택이라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화'는 아름답게 포장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이 빈곤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되어진 '라이프스타일화'는 씁쓸하고 빛바랜 우울한 포장지, 그 자체다. 1970년대처럼 직접 재봉틀로 옷을 짜고, 직접 엄마가 책을 만들어 주고, 직접 도시락을 싸며, ...... 과거로 회기하는 사회, 그 우울한 포장지 속 한 켠에 어머니가 손수 싸준 도시락이 생각난다. 우울하지만 아름다운, 그리고 추억이 아련한 그 '라이프스타일', 아니 '서민시대' !


덧붙여 트위터로 보내온 마지막 메시지 

 스가츠케의 결언 : Fablab나 3D프린터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미싱이 여성 사회진출에 막대한 역할을 했듯, 디지털 공작기계(3D프린터 등등)의 출현이 소비자가 생산자측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앞둔마지막 메시지 

놀랍게도 스티브 잡스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도 다운시프트의 중요한 예가 될 것이다. 

그는 인간관계(커뮤니티), 꿈, 추억(스토리), 건강(건강한 삶)을 돈보다 높게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 

(중략)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그 의미도 다 상실했다.

(중략)

이제야 깨닫는 것은 평생 배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더 이상 돈 버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돈 버는 일보다는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 

그건 인간관계가 될 수 있고, 예술일 수도 있으며 어린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랑으로 점철된 추억 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부이며....

물질은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사면 되지만,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삶'이다.



 


 

★ text & photo : (주)테헤란 조선소 대표 박준성

★ 참고 : http://note.masm.jp/%C4%EA%BE%EF%B7%BF%BC%D2%B2%F1/

 


 

1964년 미야자키현 출생. (주)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 대표이사, 편집자. 카도카와서적 편집부, UPU '에스콰이아 일본판'편집부를 거쳐 '컴퍼짓', '인비테이션', '에코코로' 편집장을 지낸 후, 유한회사 스가츠케 사무소를 설립. 출판을 비롯, 웹, 전시회, 광고 등을 편집. 저서로는 아사히출판사의 '아이디어 잉크'시리지(공저), 덴츠의 '덴츠의 디자인 토크'시리즈(발매: 아사히신문출판), 헤이본샤의 아트북 '베가본드 스탠다드', '본질적 자아화로 가는 세계'등. 2014년1월 아트북 출판사 '유나이티드 베가본드' 설립. 2015년 (주)구텐베르크 오케스트라로 사명을 변경. 시모키타자와 B&B에서 '편집자 스파르타 학교'를 개설. 타마미술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론'을 가르치며 교편을 잡고 있다.



※ 본 내용은 대담 내용을 일부 알기 쉽게 재구성하여 작성했습니다. 번역텍스트 저작권은 '테헤란조선소'에 있습니다. (링크 및 쉐어 O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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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J(블랙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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