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인턴] 후배님을 응원합니다!
진로에 고민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후배(여러분)님을 응원합니다!
㈜우에마츠전기 (NASA보다 가까운 동네 로켓공장)
박준성 올림
"동경에서 왔어요. 선배님이 만들어 주신 나폴리탄 파스타를 먹고 최고의 로켓 걸이 될 거에요."
지구상 발디딘 사람이 단 3명뿐인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심해저에서도 여성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여성 우주인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녀가 저를, 아니 우리를 대신할 훌륭한 로켓티어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젊은 후배님들께,
2015년 6월 비내리는 신주쿠 거리를 3명의 학자들이 걸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웅서박사, 해군사관학교 최영호 교수, 그리고 저였습니다. 우리들은 신카이6500의 설계자 타카카와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제국호텔 1층 로비로 가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6번째로 한국에서 심해유인잠수정을 만들기 위해 조직된 우리들은 한국 최고의 해양생물학자, 해양인문학자, 조선공학자, 기계공학자 등으로 이루어진 학제간 경계를 초월한 최강의 팀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심해유인잠수정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저술활동, 논문 발표 모임 등을 활발하게 이어갔습니다. 프랑스 노틸러스 잠수정부터 일본 신카이6500잠수정까지 인류의 눈부시고 예술적인 공학적 설계작품이던 기존 잠수정들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오르다 (전6화). 주연 '아리무라 카스미'와 심해유인잠수정 '신카이6500'
그런데, '신카이6500'을 조사할 때면 뜨거운 뉴스로 화제가 되고 있는 여성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녀는 네셔널지오그래픽에도, 에노시마 박물관 신카이2000 특별전시장에도 대문짝 만하게 인터뷰가 그녀의 사진과 함께 실려있었습니다. 에노시마 박물관에 걸린 그녀의 사진을 보곤 너무 익숙해 며칠 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녀가 제 대학 후배 '이케다 히토미'였고 연구실에 놀러왔을 때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나눴던 친구임을 상기시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일본 최초 신카이6500의 부조종사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우주인보다 그 숫자가 적다는 심해유인잠수정 항해사(보통 파일럿이라 부름)일뿐만 아니라 심해저를 항해하는 조종간을 쥔 그 파일럿이 여성이라는 이유는 충분히 세상의 주목을 끌고도 남을 일이었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그녀의 이야기는 신문, 잡지 등은 물론 급기야 아케노 카에루코(朱野帰子)로부터 '바다에 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소설화되었습니다. 머지않아, 그 소설이 동명작품으로 드라마화되어 더더욱 그녀의 스토리와 심해잠수정의 세계에 대한 신비로움은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자아냈습니다.
심해유인잠수정 파일럿이라는 직업, 아마도 평생 채용의 기회를 맞닥드릴 날도 없을 것 같은 희귀한 직업입니다. 심해유인잠수정에는 파일럿(정장), 코파일럿(부정장) 2명이 잠수정을 조종하며, 나머지 1~2명의 과학자가 승선합니다. 또한 그런 심해유인잠수정은 세계에서 단 5척 밖에 없으니, 우주인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심해에서 3차원으로 배를 조종해야 하기에 선박이라기 보다는 마치 항공기나 우주선과도 같은데, 보통 고베상선대학과 같은 항해사를 배출하는 대학출신생들을 뽑아왔다고 합니다.
'신카이6500' 이등항해사 (co-pilot) 이케다 히토미
(Click on the picture to original news)
보통 선박은 공학적 대상이기 때문에, 항해사가 아니더라도 기계공학과나 전자공학과와 같은 공학도를 뽑는게 상식이었습니다. 거기다 심해유인잠수정은 설계상 화장실도 없으며, 소변이야 간이 소변팩이 있어서 어떻게 해결한다쳐도 대변의 경우는 그저 전날 굶고 승선하는 수 밖에 없는 '여성에게 아주 가혹한 환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오징어의 생태학을 연구했던 생물학 전공의 여학생이 뽑혔을까 궁금해, JAMSTEC 얘기를 나중에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JAMSTEC도 역시 관성에 따라 사람을 충원하던 습관이 있었으나, 어느 때인가 그 등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로 보기에도 '심해잠수정항해사 = 마도로스같은 강인한 남성'은 너무나도 식상한 메타포(Social representation)임이 틀림없습니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그런 식상함을 거부하는 문화(재미나고 비현실적인 생각)가 퍼져 어쩌면 그것이 현실적이고 당연한 듯한 문화로까지 이르렀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 대왕오징어와 심해저에 관심이 많았던 이케다가 그 문화속에 녹아들어가 끝내 재미난 스토리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비현실적인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 다름이 있음으로 해서 분열이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담대함, 그리고 꿈과 희망을 품은 청년을 '너도 할 수 있어'라며 성장시키려는 교육자적 정신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와는 반대로 해피아(해양대출신이 선박관련 일을 장악), 원피아(서울대 원자력공학 출신이 산학연관련 업무를 장악)같은 마피아 집단들로 움직이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한 집단을 분열시킨다고 멀리하며,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은 맨주먹의 청년들에게는 갑질하여 어떻게 하면 더 처절하게 좌절시킬까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정신력이 약하다느니 아프니까 청춘이다느니 책망할 뿐, 기득권 집단인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품어안으며 그들이 경쟁자가 아닌 '내가 성장시키며 교육해줘야 할 후배, 제자'라는 인식은 없습니다. 기성세대들 탓이라기 보다 어쩌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정착한 기성세대들 조차 자신의 경제적 토대가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척박한 한국의 경제적 현실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제 인턴이 우리 회사로 왔습니다. 동경에서 온 여고 3학년생. 그녀를 보니 마치 JAMSTEC의 코파일럿 이케다 히토미를 보는 듯 했습니다. 로켓개발이 꿈이라며 내년에 입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도 안 갔고, 수학도 잘 못한다며 겸손해합니다. 이곳은 동경에 비교하면 휘몰아치는 눈보라, 마트도 쉽게 갈 수 없는 시골, 거기다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로켓팀 등 모든 면에서 그녀에게는 쉬운 상대는 아닐 것입니다.
"내년에 꼭 입사해. 네가 해야될 일이 산더미 같으니까!"
그럼에도 저는 그녀에게 꼭 오라고 응원의 박수를 쳐줬습니다. 그리고 나폴리탄 파스타를 만들어줬습니다. 지구상 발디딘 사람이 단 3명뿐인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심해저에서도 여성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여성 우주인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녀가 저를, 아니 우리를 대신할 훌륭한 로켓티어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2015년 당시 심해유인잠수정 개발팀 멤버들(혹은 이 글 속 등장인물들)의 그 후,.....
1)팀장 김웅서 부원장님 ->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및 한국해양학회 회장
2)기계연구원 변성현박사님 -> 현재 스페클립스사를 설립,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을 투자 유치
3)드라마 '바다에 오르다' 주연 아리무라카스미(有村架純) -> 영화 '커피가 식기 전에' 주연으로 브레이크
4) 자문위원 최영호 교수님 -> 현재 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
5) 자문위원 박준성 -> 우에마츠 전기에서 로켓 설계 중
감사합니다.
2018년 9월 25일 월
우에마츠전기 12호 선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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