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바다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과 교육의 본질
진로에 고민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 (교육의 본질)
㈜우에마츠전기 (NASA보다 가까운 동네 로켓공장)
박준성 올림
노모토교수가 복원, 설계한 나니와마루 (菱垣廻船「浪華丸」)
1999년 7월 30일 오사카만에서 범주실험 중
교육이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뽑아내는 것이다.
― 故노모토 켄사쿠 (野本謙作)
사랑하는 우리 젊은 후배님들께,
은사 '요시무라'교수님이 일본 조선공학계의 거두였다면, 요시무라 교수님의 은사 '노모토'교수님은 세계적인 조선공학자였습니다. 어느 세미나 시간 때였습니다. 요시무라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다가, 갑자기 은사의 교육철학에 대해 설명해주며 홀로 생각에 잠겼습니다.
바다의 날이었던 2002년 7월20일, 어린이들과 세일링을 마치고 요트를 정박할 때였습니다. 요트를 항구에 고정한 계류로프가 풀러 노모토교수님의 요트가 바다로 밀려갔습니다. 노모토교수님은 배를 살리고자 바다로 뛰어든 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미주1). 한국에서의 교육은 학생들과 교사의 분리를 통해, 권위를 얻으려 합니다. 단적으로 아래와 같은 말들의 의미가 한국어로 '선생님이 되다'라는 뜻과 동등하게 쓰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 교단에 서다. (교단 : 선생님은 학생보다 높고, 학생들을 내려다 보는 구조)
2. 교편을 잡다. (교편 : 나무로 된 지휘봉, 때로는 매질에 사용됨)
그러나, 유럽에서의 교육(Education)은 그 어원 'educatio'에서부터 그 원류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뜻은 '뽑아내다'라는 말입니다. 학생이 가진 능력을 우리 선생님들은 '옆에서 도와주는(産婆)' 역할을 하는 그들과 대등한 관계인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는 교육 역시 '산파'라는 그 의미 그대로 학생들이 지식을 가진 산모이며 교육자인 우리는 옆에서 도와주는 조산사입니다. 그들이 가진 지식을 지혜로 바꿔주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조산사라 낮게 보고, 교수라 우러러보는 것은 옳지 않은 문화입니다. 그들 모두 직업의 이름은 달라도, 같은 성질의 일, 즉 '헬퍼'를 담당할 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선반 (내가 사랑하는 후배 호시노군이 촬영)
"지금 거기서 무슨 일을 하고 있노?"
"당장 집으로 돌아온나!"
일주일 전, 여기서 생활하는 사진을 어머니께 보냈더니, 깜짝놀라며 혹시나 공장에서 위험한 병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지 당장 귀국해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 우에마츠전기에는 일의 경계(仕事の縄張り/나와바리)가 없습니다. 납땜부터 로켓개발까지 모든 일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니 전공이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 쓸 정도로 쇠를 다듬기(그라인딩)도 하고, 날카로운 쇳가루(キリコ)가 튀어 오는 중에 쇠를 깍기(선반)도 하며, 쇠를 붙이고(용접) 제단(플라즈마절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수 백명의 학생들이 로켓을 쏘러 오면 우리는 모든 작업을 멈추고 학생들과 동료를 도와주러 나갑니다. 지붕에 올라간 로켓을 주우러 올라가기도 하고 수 백명의 학생들 앞에 서서 선생님이 될 때도 있습니다. 로켓 실험이 시작되면 로켓 연료를 만들고 로켓 엔진과 기체를 제작합니다. 그렇게 만든 로켓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로켓으로, 어린이들이 근처에서 발사 장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로켓인 하이브리드 '카무이 로켓'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먹고 사는 일과 꿈을 쫒는 일이 반반입니다. 회사도 두 건물이 같은 장소에 있습니다. 하나는 (주)우에마츠전기이며 다른 하나는 (주)카무이 스페이스 웍스(CAMUI Space Works Co. Ltd.)인데, 두 회사의 직원은 동일합니다. 오전에 쇠를 깍다가도 오후에 로켓연구소에서 설계도를 그리는 일의 반복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렵게 취직해서 1년 내에 그만두는 비율이 30%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직장내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도 있지만, 원하던 직무를 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들의 특징 중 하나가 '뭔가 높다(高)'는 것입니다. 바로 '高학력', '高의식'입니다(미주2).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반복적인 루틴워크를 하며 눈 앞의 작은 개선점 하나를 찾지 못하고 쉽게 좌절합니다. 커피를 타라고 하면, 내가 커피타러 왔냐고 따지고, 창고 짐정리 하라고 하면 내가 노가다 하려고 명문대 졸업했냐고 반문합니다. 경기도 한적한 동네공장 들어가면, 명문대 졸업했다고 하며 월급 180만원이 작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한국 학생들을 보면 주제파악이 안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집만 세고 뭘 시킬 게 없습니다. 상전입니다. 물론 열정페이와 젊음을 악용하는 상사도 큰 잘못이지만, 일 시켜먹을까봐 지레 겁먹고 이것도 저것도 핑계대며 안하려고 하는 젊은 친구들도 너무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점을 왜 발견 못할까요?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로 유명한 홋카이도대학에서 조선공학박사까지 마쳤으니, 본인의 이상(야망)과 학력만큼은 누구보다도 높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손님에게 커피를 타는 걸 기쁘게 여기고, 물동이 들고 나르며 잡일하는 걸 행복하게 느낍니다. 온 몸이 쇠가루를 뒤집어 쓰는 가공 작업도 즐겁습니다. 손이 한 번 더 갈 때마다, 제품이 반짝반짝 빛이 나기 때문입니다. 불평 불만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일본은 월급이 높지 않냐고요? 저는 월급을 안 받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을 배우러 왔지,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멋져보이는 직무를 시켜달라고 요구한 적도 한 번도 없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사장님께 감사 편지를 씁니다. 왜냐면 이 회사의 사장님은 '내 고객'이고 내가 '진짜 사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라는 상품을 매월 꾸준히 사주는 사장님은 얼마나 훌륭한 고객인가요? TV나 잡지등에서 우리 회사가 많이 소개됩니다. 아마 사람들은 화려한 로켓개발에 환호성을 지르지만 그 이면에는 화려하지 못한 면이 대부분입니다. 화려한 빛을 보고 쫓아온 나방은 세스코 곤충박멸 전등에 타 죽고 맙니다.
혁신은 작은 것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대규모로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하며 마치 실리콘벨리와 같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과연 한국에서 스티브잡스와 엘런머스크 같은 기업가가 정부에서 돈으로 육성한다고 탄생될까요? 기업의 작은 문화부터 바뀌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요? 후배 사원은 자기 동생쯤 되니 반말(강압적 지시)하고 선배 사원은 자기 친형님 같으니 아무 거나 부탁(청탁)해도 되는 문화, 좋게 말해 가족같은 회사이지 그런 집단들이 「~~피아(관피아, 해피아, 핵피아 등)」라는 강한 카르테를 형성하며 온갖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아닌가요?(미주3) 선생님과 학생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병렬관계이듯, 회사에서 각각의 사원들 역시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료관계입니다. 구글 등 IT기업을 중심으로 직책이 없어지고 영어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우에마츠전기 역시 부도 과도 직책도 없습니다(미주4). 서로가 서로를 존대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로켓개발을 하게 되면 조그만 오차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때, 티끌같은 실수로 로켓이 폭발하면 위험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 쯤이야'는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실수로 로켓이 실패해도 '이렇게 해보면 어때?'라는 말로, 실패에서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면 다음 번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켓이 폭발할 정도의 큰 실수라지만, 그것은 그 실패한 부분을 제작했던 부하 책임도 아니고, 그 부하를 감독해야 했던 선임의 책임도 아닙니다.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실패가 발생했을 때 다음과 같이 2가지 대처방법이 있습니다.
1. 범인색출 및 징벌 : "누구야?", "이 딴 것도 못해?"
2. 격려 및 대안 : "왜 실패했을까?" "그럼 이렇게 바꿔서 해볼까?"
1의 방법은 개선을 낳기 보다 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실패가 두려워 함구하게 되고 실패의 연쇄로 회사는 망하는 방향으로 수렴합니다. 실패하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 2와 같이 생각하면 될 뿐입니다. 이처럼 우주개발을 통해 자연스레 직원들은 자기 수련, 사원 연수의 장이 되어 서로 성장해갑니다. 사원들은 점점 도전적이 되어 가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20만원이나 되는 전공책을 사서 공부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잔업도 불사합니다. (단, 여기서 잔업수당은 없음)
다시, 제 전공인 선박으로 돌아와 서두에 보였던 나니와마루호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선박은 한국의 거북선과 그 크기가 거의 흡사한 30m 고대 선박입니다. 이 선박은 복원 후, 오사카만에서 실제 항해까지 성공해 그 데이터를 통해 '항해성능'까지 논문으로 보고되어 그 임무를 마쳤습니다. 한국의 해군사관학교에서는 20년이 되는 2대째 거북선(현재 전시중)이 폐선이 되고, 다시 약 30억의 예산이 내려와 3대째 거북선을 새로 만든다고 합니다. 매년 2층이냐 3층이냐와 같은 '구조'의 대한 논쟁밖에 없습니다. 배를 모르고 건축물 정도로 생각하니 배 구조에 대한 논쟁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작 조종성 및 폴라챠트와 같은 진짜 요트와 배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만이 논할 수 있는 논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거북선 복원이니 이순신장군의 위업 승계니 겉으로 말은 화려하지만 결국 남은 건 거북선 비지니스뿐입니다. 정부에서 예산을 따내서 대충 만들고 끝내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고 저에게 증명해보이세요. 아니면, 어떻게 민족의 자부심이라 말하는 거북선을 '배'가 아닌 인테리어 '조각품'으로 만들 수 있나요? 그것도 2번이나! 한 척에 20~30억 하는 공학작품을!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이쯤되면 인테리어 장식품같은 박사학위 내 놓아야 되지 않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공학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그곳에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것은 제가 박사임에도 계급이 낮아 '준성아'라고 불렸던 것입니다. 참고로 저를 그렇게 부르던 그 교수는 조선공학의 '조'자도 모르는 공군사관학교에서 낙하산으로 무시험 채용된 기계공학 박사님이었습니다. 반면에 박사도 아닌데 전임직이라는 이유로 '박사님'이라 불리던 술 잘 마시고 아부 잘 하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작년 해군사관학교로부터 설계에 참여해줄 수 없냐는 부탁을 받았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심지어 사관학교 출신 모 교수님에게서 조차, 제가 승낙하면 돈도 안주고 불려다니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질 게 뻔하니 절대 하지 마라는 어드바이스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전국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이끌었던 거북선 2척이라는 숫자보다 많은 15척 가량이 제작되어 있습니다. 대당 약 20억원이나 합니다. 단 한 척도 항해가 불가능합니다. 아니, 물에 뜨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항구에 로프로 단단히 매어 해상에 전시를 했는데 물이새어서 육상으로 올려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심합니다. 도대체 해군사관학교 조선공학과 교수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한 때 그 학과 속에 몸 담았던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자녀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전임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경계(나와바리)를 두고 서로 시기, 질투에 학내 정치로 상대방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는 출세, 아니 살아남을 수 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생도들은 고강도훈련으로 피곤에 쩔어 수업 시간에 제대로 버티기 힘들어 합니다. 그곳에 더 남아있다간 우울증으로 자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곳을 탈출해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잠깐 제 힘으로 거북선 자금 20억원을 모아 한강에 띄우려는 계획을 했었지만, 어머님의 식물인간이 되는 사고로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다에서는, 나니와마루를 만들 성금을 스스로 모금하고 그 설계에 혼신을 바친 참교육자 노모토교수가 있기에 고대선박의 복원이라는 꿈을 이뤘습니다. (but 해군사관학교에서는 아직도 복원 중이라고 합니다. 헐~) 우주에서는, '너 따윈 안돼'라는 말을 없애기 위한 교육을 실천하는 우에마츠사장에 의해 로켓의 꿈이 실현되었습니다. 한국에도 실행하고 결과도 만들지 못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입만 떠들어대는 거짓 교육자가 아닌,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참교육자가 어서 나타나길 학수고대합니다.
PS. 정말 거북선 복원하고 싶다면 학내 정치나 하지말고 학자처럼 연구논문을 읽으세요. 요시무라교수님, 올해 3월 박사 졸업한 제 후배 후쿠이상의 논문, 그리고 한국해양대 손경호 교수님 논문은 거쳐야 할 문턱입니다.
1. 후쿠이(박사학위논문), 요시무라 : 선박조종성능에 미치는 횡경사영향과 4자유도조종운동모델의 연구, 2018년 : https://oatd.org/oatd/record?record=handle%5C:2115%5C%2F70016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asnaoe/24/0/24_167/_pdf
2. 손경호, 노모토켄사쿠 : 고속컨테이너선의 조종운동과 횡동요의 연성거동에 대해, 1981년.
https://www.jstage.jst.go.jp/article/jjasnaoe1968/1982/152/1982_152_180/_pdf/-char/ja
2. 요시무라교수의 퇴직인사 (교육은 educe)
http://hokusui.net/wp/wp-content/uploads/2013/03/OYASHIO_307.pdf
감사합니다.
2018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어린이를 구하고 돌아가신 노모토교수를 회상하며
참고 (미주)
1. 노모토교수님을 추억하며 http://syra.aero.kyushu-u.ac.jp/memorial_prof_nomoto/index.html
2. 젊은이들의 퇴사 비율과 4가지 타입 https://toyokeizai.net/articles/-/194946?page=5
4. 과도 부도 직책도 없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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