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삶1 [물고기를 잡지 마라]
진로에 고민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무소유 - 물고기를 잡지 마라!
㈜우에마츠전기 (NASA보다 가까운 동네 로켓공장)
박준성 올림
쭉쭉 직선으로 뻗은 길이 홋카이도를 '바이크의 성지'로 정의한다 / 황금바다 위에 우뚝선 우에마츠전기 Drop tower
'자세히 보니 / 냉이꽃이 피었네 / 그 좁은 담벼락 틈 속에!'
에리히 프롬은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정형시)에서 꽃을 꺽어 '소유'하지 않는 존재적 삶(존재적 실존양식)을 발견합니다. 굳이 꺽어 그것을 내 손아귀에 쥐지 않아도,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은 꽃'과 '작은 틈'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그 기쁨이 폭력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정신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젊은 후배님들께,
"박상! 물고기 손질할 줄 알아?"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 점심시간이 남았을 무렵, 와타나베상이 느닷없이 저를 보며 물었습니다. 국제 항해사며 어촌 집안 출신에, 태평양에 2달이나 떠있었던 제가 물고기도 손질 못하겠냐며 대답했는데 갑자기 그가 제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사라졌습니다. 30분 뒤, 그는 휴대폰으로 물고기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잡았는데, 너무 작아서 그냥 살려줬어."
그 짧은 3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온 것이었습니다. 만약 월척 무지개송어라도 낚이면 요리를 좋아하는 저에게 가져다 주려했었던 것입니다.
30분 동안 왕복시간을 포함해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1급수 계곡이 근처에 있는 회사, 세계에도 단연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제 1공장을 나서는데 하늘에 왠 알록달록한 괴비행물체가 날고 있었습니다. 스포츠 카이트(대형 연)였습니다. 북극탐험을 나서는 오기타상에게 썰매를 끌 새로운 방법으로 제안하려고 한 번 연습해보고 있다고 말하는 하시모토상.
스포츠카이트 테스트
점심식사 후, 나머지 30분 안에 이렇게 재밌는 활동들이 일어나는, 도저히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정열적인 곳이 바로 여기 (주)우에마츠전기입니다.
"박상은 왜 낚시를 하고 싶어? 먹을려고?"
"아니요."
"그럼, 나처럼 낚시하는 재미로?"
"아니요."
"그럼 왜?"
"사실 낚시하는데 관심이 없어요. 저는 그냥 사쿠라마스(송어) 사진을 찍고 싶을 뿐이에요."
혈액형으로, 출신지역으로,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는데, 낚시에도 사람마다 그 특징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와타나베상은 단지 낚는 재미를 위해, 혹은 낚시는 싫고 요리해먹는데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 나는?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저는 그저 '사쿠라마스를 보고 싶다.'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다.'가 그 목적이었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작은 강, 아니 도랑에 태평양에서 온 커다란 송어가 있을 수 있지?'
'그리고, 계곡 중간중간에 성벽처럼 떡하니 솟아오른 보들을 어떻게 날아올라 거슬러 왔을까? 그것도 수 십군데나!'
이런 감탄 속에서 저는 그저 그 사쿠라마스를 보기만 해도 모든 꿈(목적)이 이루어 질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제 마음은 제가 오랫동안 읇었던 일본의 시성 '마츠오 바쇼'의 대표작에도 나타납니다.
'자세히 보니 / 냉이꽃이 피었네 / 그 좁은 담벼락 틈 속에!'
에리히 프롬은 마츠오 바쇼의 하이쿠(정형시)에서 꽃을 꺽어 '소유'하지 않는 존재적 삶(존재적 실존양식)을 발견합니다. 굳이 꺽어 그것을 내 손아귀에 쥐지 않아도,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작은 꽃'과 '작은 틈'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그 기쁨이 폭력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정신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과거 많은 것을 소유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소유'의 무상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노리듯, 많은 사람들은 사회라는 낚시터에서 남보다 더 많은 명예와 돈, 그리고 '좋아요'를 노리며 경쟁을 합니다. 빼았습니다. 심해지면 전쟁까지도 불사합니다. 소유하면 할 수록 더 각박해지며 폭력적으로 변해갑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후, 평화가 찾아올까요? 원하는 것을 부페에서 무제한으로 먹어 살이 디룩디룩 찐 모습은 우리들이 직면하고 싶은 않은 과소비, 과식, 과소유의 일그러진 모습입니다.
우리 우에마츠 정신도 물질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우에마츠 사장님의 할머니가 전쟁 후 소유했던 돈(재산)이 한 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변한 것을 계기로 손자에게 '돈 보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위해 지혜와 궁리를 쌓아라는 가르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에마츠 전기에서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은 무형의 지혜와 궁리를 터득하는 데 쓰여집니다. 꼭 로켓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북극에서 탈 획기적인 썰매가 됐던 장애자를 돕는 로봇이 됐던 배움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無用之用 1/ 쓸모없는 것의 쓸모). 저는 입사 한 달도 안되어 거대 2족 로보트를 만드는 사내 팁을 조직했습니다. 그 지혜를 배우며 사원들은 나날이 성장합니다. 바로 그 성장이 '유의미'한 것입니다. 동료들이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낌니다.
사쿠라마스를 혀로 느껴보는 것, 낚싯대를 당겨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녀석의 성장스토리를 알게되면 맛보지 않아도 낚싯대를 당기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사쿠라마스(송어)는 원래 1급수 강에 사는 물고기 '산천어'입니다. 1년 동안 강에서 살다가 힘의 균형에 의해 약한 녀석들은 패배자가 되어 결국 고향을 떠나 깊고 무서운 바다로 가는 선택을 합니다. 강에서 살던 모든 습성, 몸의 생리적 특징을 버리고 바다로 적응하는 훈련을 합니다. 이때 자신의 유치한 색깔(유아문, parr mark)을 버리고 강인한 은색으로 변합니다. 먹이가 풍부한 먼 바다로 나아가 70cm가 될 정도로 크게 성장합니다. 1년이 지나 벚꽃(사쿠라)이 피는 4월 봄, 아름다운 벚꽃색을 몸에 입고 다시 고향으로 금의환향합니다. 태평양에 비하면 도랑에 불과한 얕은 개천을 올라오며 온 몸에 상처를 입습니다. 온 에너지를 고향에서 다 쏟아붓고 그 해 10월 산란을 하곤 죽음을 맞이합니다. 힘없던 개체들은 큰 바다에서 쑥쑥 성장해 금의환향해 한 번에 죽고, 강한 개체였던 산천어는 그대로 남아 여러해 동안 좁디 좁은 동네 샛강에서 산란을 하다 죽습니다.
태풍 '콩레이'가 비켜가고 부슬비가 내리는 길을 자전거로 10분 달렸습니다. 장엄한 바다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쿠라마스를 보기 위해 작은 개천으로 갔습니다. 정말 이 작은 개천에 용처럼 늠름한 사쿠라마스가 5마리 헤엄치며 산란을 하기 위해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낚시대도 없이 두 손엔 오직 휴대폰 뿐입니다. 사진을 찍어 소유하는 것 만큼은 용서해주세요. 그 사진은 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share)이니까요!
사쿠라마스가 산란을 준비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우에마츠전기 12호 선실에서
- https://platum.kr/archives/1071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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