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없는 삶2
진로에 고민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휴대폰 없는 삶 또한 아름다워라(2)!
㈜우에마츠전기 (NASA보다 가까운 동네 로켓공장)
박준성 올림
새벽, 갑자기 폭우와 천둥번개가 공장을 강타했다. 와이파이 및 인터넷 계통 마비가!
2018년 5월 27일 비에 젖은 (주)우에마츠전기라는 「교정(校庭)」, 그리고 삿포로 시계탑보다 유명한 세계 3대 실험시설인 무중력실험탑(COSMOTORRE)
빨리빨리 움직이고 노력을 많이 한 만큼 빨리 성공할까요? 조금씩 천천히 달려가는 '슬로우 라이프'가 해답일지도!
사랑하는 우리 젊은 후배님들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빨리 운동하는 물체일 수록,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시간의 느려짐). '시간'이라는 단어를 '성공'으로 바꾸면 다소 철학적인 말이 완성됩니다.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성공이 빨리 온다
사람들은 과시하듯 좋은 휴대폰을 사고, 많은 인맥을 만들며, 부자들은 유행처럼 우르르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설치한 태양열 집열판을 생산하기 위해 소비한 화석연료 에너지가, 그 태양열 집열판으로 5년동안 생산한 에너지와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싸구려 중국제 태양열 집열판의 수명은 5년이라고 합시다. 더구나 태양열 집열판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화석에너지가 중국과 한국의 대기를 오염시키기까지 합니다. 과연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노력, 환경오염을 감소시키려는 우리 공학자들의 노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특히 한 때는 신의 물질로 칭송되다가 죽음의 물질로 사라져 버린 '프레온 가스', '석면'과 같은 예를 볼 때, 우리가 개발한 편리한 공학적 대상들이 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편하고 인류를 멸망시키게 할 죽음의 대상들로 언젠가 밝혀질지 모른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징가Z를 완성한 카부토박사의 '마징가Z로 너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는 유언처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AI나 로봇도 언젠간 인류의 위협이 될 존재로 돌변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게 지구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서도 우리는 항상 외롭습니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더 목말라 하듯 계속 더 많은 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때 군중들이 가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보기, 다르게 행동해보기를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카톡 안 하려는 노력하기, 성공 안 하려는 노력하기, 마케팅을 안 하려는 노력하기 등등. 오히려 이런 마음가짐이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더 성공하게 되며, 더 마케팅이 잘 되는 방향으로 흘러갈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빠찡코 건물 외벽에 바싹 붙어 프리 와이파이를 잡아 전화하는 필자
2주전 새벽, 굉장한 천둥번개가 회사를 강타하여 제가 있는 ARC(Advanced Research Center)의 와이파이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전화기는 없어도 카톡으로 집에 전화하는 것만큼은 유일한 낙이었던 저는 2주동안 완전통신단절상태(전화기 무, 와이파이 무)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 주 일요일은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자전거로 40분 걸려 아카비라역 옆에 있는 빠찡코 'Browny'까지 갔습니다. 빠찡코 건물 사이 폭 1m도 안 되는 틈새 안에 들어가 또 한참을 카톡으로 전화통화했습니다. 1999년 대학교 1학년 당시가 생각났습니다. 그 때 휴대폰 보급률 99.9%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내에서 휴대폰이 없었던 사람은 저 말고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2학년 때까지 일부러 휴대폰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전화 한 통을 하기 위해 몇 십분 걸어 공중전화기까지 간 기억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빨래도 세탁기를 놔두고 일부러 전부 손빨래를 했던 굉장히 '특이한 학생'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이발도 스스로 하려고 하다가 한 번은 면도날에 머리 두피에 큰 상처를 입고선 그만두었습니다. 삭발한 머리에 면도날로 덕지덕지 상처를 입은 모습에 사람들이 조폭으로 오인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버스가 끊기면 택시도 안 타고, 걸어서 1시간이나 걸리는 기숙사까지 가로등도 없는 길을 수 없이 걸어다녔습니다. 택시비 5천원이면 학식 몇 번을 먹을 수 있고, 한라산 소주 6~7병 마실 수 있는 돈이었으니까요. 그렇게 걷다가 지치면 귤도 따먹고 엄지 손가락 들고 히치하이크도 해보고..... 오죽했으면 별명도 '포레스트 검프'였으니까요. 그 때부터 이미 화석연료와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나름 추구했었습니다.
퇴근 후, 제1공장과 무중력실험탑 주변 잔듸밭에 서성거리며 와이파이를 잡았다. 무슨 외계생명체를 탐구하는 것도 아니고, 와이파이전파 찾아 삼만리. (그동안 연락에 소원했던 분들에게 죄송~)
그 후, 점차 제1공장 등의 와이파이가 복구되었습니다. 이 때는 집에 카톡으로 전화할 때에는 퇴근 후 제1공장 뒤편 잔듸밭에 서서 와이파이에 접속해 몇 시간이고 전화를 했습니다. '아, 방안에서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보이스 톡 하는 게 그렇게 행복하고 편리한 환경이었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꼭 편리함만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힘들게 낚시배를 타거나 차를 몇 시간이고 몰아 한적한 곳으로 낚시하러 가기도 하고, 홀로 공부에 집중하고자 삭막한 독서실로 향하기도 합니다. 이는 불편함을 찾아 떠나는 행위입니다. 이 불편한 여행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추억이라는 선물을 줍니다. 이틀 전, 드디어 ARC에 와이파이가 복구되었습니다. 다시 불편함에서 편리한 환경으로 돌아왔습니다. 20여년 전 여사친에게 전화하기 위해 밤길 몇 십분을 걸어 사라봉 공중전화부스까지 갔던 기억, 2주 전 아내와 어머니께 전화하기 위해 왕복 1시간 넘는 시간을 소비해, 자전거로 빠찡코까지 갔던 기억들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불편했던 기억들이 편리한 세상 속에서 추억이라는 가치로 뇌리에 오래동안 남아있을 것입니다. 타키카와 고등학교(Science Special High School) 과학수업책 제작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와이파이 복구에 최선을 다해준 '오오츠카상', '이나이시상', 그리고 우리 회사의 정신적 지주 우에마츠 사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P.S 출세를 하고자 출세의 길을 거절했던 금주의 일은 먼 훗날 본인이 책을 낸다면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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